얼마전에 회사 중고 거래 게시판에 키보드를 팔았다.
그 유명한 회사의 무각(각인이 없는) 키보드 블루투스 버전의 키보드를 팔게 되었다.
이 키보드를 팔게 된 이유는 아이러니 하게도 무각 때문이다. 사게된 이유도 무각 때문이었는데 말이다.
각인이 없으니까 키보드 자판을 치는게 상당히 어려웠고, 특수문자는 외우질 못해서 매번 눌러보고 서야 해당 키를 찾는게 너무 불편하고 짜증이 났다. 그리고 키캡이라고 별도로 키보드 자판을 파는게 있는데 그걸 살려고 하다가 그것도 거의 십만원돈을 해서 그냥 팔아버렸다.
회사 게시판에서 팔았으니, 당연히 회사 동료가 사갔는데
당연스럽게도 처음 물어보는게 키보드 레이아웃이었다. 이 키는 어딨냐, 저키는 어딧냐 (존댓말이었긴하다)
대충 알려주고, 잘 써보라고 했는데
얼마뒤에 다음과 같은 사진이 왔다.
색인 테이프와 포스트잇을 활용해서 키보드 배열을 간단히 손으로 써서 붙였다는 거다.
약간 한방 먹은 느낌이었다.
나도 이렇게 뭔가가 하다 안되면 이든 저든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열정이 있었다. 어떻게든 돌아가게 하고, 어떻게든 끌여다 붙이고, 어떻게든 설득하고 했었는데. 이젠 조금만 안되면 그만 둘려고 하고, 조금 불편하면 없애버리고, 조금 불편하면 새로운것을 사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열정이란게 사그라져 버렸다.
입버릇처럼 돈이면 다된다고 이야길 하고, 돈이 좋다고 이야길 하고, 돈이 없어서 안된다고 하고 다녔다.
사실은 열정이 없고 용기가 없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그걸 말하기가 부끄러워서 돈.돈.돈. 하고 다녔다.
인생의 모토가 '우는건 달리면서도 할 수 있다'일 정도로 어떻게든 해내고 버티고 했는데,
나이가 들어서 인지 아니면 주머니에 돈이 좀 생겨서 인지 어떻게든 해내는게 좀 지루해졌나 보다.
열정을 다시 불러 일으키기 위해, 키보드에 태그를 붙이는 대신
다시 산을 오르고, 운동을 한다. 그것만큼 좋은 일상은 없는것 같다.
keep calm and carry on
'O3, 엔지니어를위한정치 season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질문, 그리고 답 (0) | 2020.12.24 |
---|---|
노력 실력 성공 실패 (0) | 2020.12.22 |
조언, 그리고 맞춤. (퍼온글+내글) (0) | 2020.12.21 |
애플, M1 (0) | 2020.12.09 |
자기 개발, 그리고 발전 (0) | 2020.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