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발표를 하고 책을 만들고 하는 걸 보면 뭔가 돋보이려고 하시는 거 아니에요?' 라고 한다.
그런데,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럴거면 하지 마세요'라고 할 거다(그렇게 까칠하다, 잘 안하고)
그리고 대부분 외부에 남겨진 나의 흔적들은 소위 '도와줌' 의 결과라고 나는 믿는데 말이다. 왜냐면 '~해 주시면 어떨까요?' '~해 주셔요, 부탁이에요'로 시작되지 '이걸 하면 너가 잘될거야', '이게 너의 입신 양명의 길이야'라고 하지 않았다. 그런 일들은 더더욱 가열차게 안한다. 그래서 돈을 못번다. ㅡㅡ
얼마전엔 발표를 하고 나서 기관장과 식사를 했다. 나를 30대로 보시더라 (감사합니다 ㅋ). 기술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다가 식사자리가 끝날 즈음에 기관장님이 '장강(양츠강)은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며 흐르고 새 인물이 옛 사람을 대신한다 더니 후배님들을 보니 든든하다'고 하셨다. 나는 '선배님들이랑 같이 가는거죠'라고 하고 싶었으나 내성적인 탓에 못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런 구절이더라 장강후랑추전인 일대신인환구인(長江後浪推前浪, 一代新人煥舊人) 이라고 중국의 명나라 말기에 나온 증광현문에 있는 글귀이고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서도 인용되었다는 구절이더라.
그 자서전 글귀는 이렇게 되어 있다 '이 땅의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결국은 강물이 되어 다시 만나고, 역사의 큰 물줄기를 이뤄 함께 흘렀으면 좋겠다'.
나는 역사에 비견할 만한 주제나 의지는 없지만, 나도 그렇게 늘 생각한다. 내가 뿌린 것은 그게 좋은것이던 안좋은 것이던 언제나 나한테 수십배가 되어서 돌아왔고, 내가 배운것은 그 위대한 선인들이 남긴 흔적들이다. 나와 선인들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고(오 자의식 보소) 이제는 나도 후임이나 후학들이 있으니 그들이 내가 남긴 어떤것들을 보고 듣고 따라하더라. 자랑도 아니고 그냥 현상이 그렇다는거다. 그래서 최대한 정말로 좋은 것들을 보여주려 일터에서 최선을 다한다. 뭐 늘 not enough를 느끼지만 말이다.
이 사진은 발표장에 올라가면서 받은 꽃이다. 발표장에서 꽃을 발표자 가슴에 꽂아준 곳이 있던가? 생각을 했고, 이 기관은 참 뭐랄까 '멋'이 있는것 같다. 취향저격 당했다. 헤어지는 길에 이 꽃을 버려도 된다고 했는데 또 나의 반골기질은 기어코 이 꽃을 집으로 가져왔고, 꽃 좋아하는 아내는 냉큼 물컵에 저리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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