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백수자.
뜰 앞의 잣나무의 한자어이다. 인과관계 따지지 않음. 현재의 집중. 몇년간 그것을 키워드로 살았다. 결론은 담백하게 살자. 솔직하게 살자. 그렇게 산다.
누가 내게 이야기했듯이 고지식하게 살겠다의 걍 좀 있어보이는 표현이다. 내 안의 돌덩이 같이 움직이지 않는 것의 힘 또는 완고함 또는 똥고집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고
잘려봤나요?
어떤분한테 들었던 질문이다. 당연히요 라고 대답을 했다. 이 나이에 이 경력에 그런것도 있어야지 라는 뜻이기도 하고 나도 겪을만큼 겪고 닳을 만큼 닳았다의 경험과 경력의 강단함을 지지 않고 싶어서 결의에 차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난 안다. 나는 제도권에서 살아서 사실 경험이 일천하다 그래서 더 단호하게 대답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질문의 의도가 좀 궁금해서 그 이후에 바로 물어봤다. 대답은 '사람이 좀 그런것도 겪고 하고 해야 자신의 처지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하더라.
내가 잘리는 것과 비슷하게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 쓴 글이 바로 정전백수자에 관한것이다. https://sstratoshpere.tistory.com/109
내 스스로도 '조직은 기억력이 없어' 라며 너스레를 떨고 다녔지만 정작 내 차례가 되니까 뒤통수를 얻어맞은듯 얼얼하고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저렇게 그 다음 길이 생기긴 하더라고
어쨌든 그런 일들은 결국 인생에서 '나'를 더 깊게 보게 한다. 나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고.
의미
인간만이 가진 특성은 모든일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러 이러 해서 이리 이리 했다. 이건 이러니 이런 방향으로, 이런 일은 벌어졌어야 하고, 이전 운명적인 거야. 그렇게 스스로의 이론과 위로를 한다. 그래서 늙은 사람일수록 말이 많아진다.
나도 내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려고 늘 노력한다. 몇가지 단어와 글귀로 설명하려고 하면 편하니까. 종교에서도 그래서 찾아 보고 있다. 내가 찾은 글귀는 이렇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 데살로니가 전서 5:16' 그렇게 살려고 한다. 정말 마음에 드는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간단하고 특별한 목적도 방식도 없고 저렇게 만 하면 된단다. 게다가 그게 그 위대하신 신이 인간을 창조한 목적이란다. 그래서 그렇게 살려고 했다.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고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걸 짧은 단어로 설명하기엔 좀 길다. 그래서 좀 더 찾아보고 있다가 발견한 글귀가 있다.
안수정등
절벽에 걸린 나무(안수), 거기에 드리워진 넝쿨(정등)을 합친 말이다. 비유경에 나오는 단어다. 내용인즉 불길이 일어나 어찌할줄 모르고 있는데 불에 놀란 코끼리때가 자기를 향해 돌진해온다(뜰.잣. 또는 정전백수자 상황) 뒤는 낭떠러지. 보니 낭떠러지에 등나무넝쿨이 있어서 그걸타고 아래로 우선 피했다. 그런데 내려가 보니 아래에 독사들이 득실데서 내려갈 수가 없다. 무슨 소리가 나서 위를 올려보니 쥐들이 넝쿨을 갉아먹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위에서 액체가 떨어져서 입으로 들어갔는데 꿀이다. 그 꿀이 너무 달콤해서 이 모든 상황을 잊게된다.
불길은 욕망을, 코끼리와 독사들 모두 죽음을, 등나무는 수명을, 꿀은 즐거움을 의미한다.
결국은 죽는데 그 한방울 꿀들 때문에 가끔씩 잊고 사는게 인생이라는 거다. 이 글귀는 톨스토이가 참회록에 인용하기도 해서 동/서양을 통과하는 의미를 가진다. 어쨌든 그게 인생이다. 그 꿀이 뭐냐에 따라서 사람인생이 값어치가 매겨지는것 같다. 나는 그것을 데살로니가 전서 5.16절로 대치시켜서 살기로 했다.
정전백수자 이후에 내 인생의 글귀는 안수정등으로 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뭐?
그냥 그렇다는 거다.
'O1, 그냥 그런 이야기 season2'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풋, 콜, 지분 20%자산 (2) | 2024.04.26 |
---|---|
무지, 유지, 그 사이 (0) | 2024.01.20 |
실패, 자산, (2) | 2024.01.08 |
룰없음, 설겆이, 그릇 (1) | 2024.01.05 |
저출산 , 하지만 가정 (0) | 2023.09.11 |